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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학 | 승가학풍 수립의 방향성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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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07-15 22:28 조회1,55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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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암   종 범


1. 불교학과 승가교육

 

불교학이 오늘날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의 불사에 의해서였다.

그것은 불전결집(佛典結集)과 교의연해(敎義演解)이다. 불전의 결집과 교의의 연해는 불교를 이어가게 하는 기본이며 등불 이었다.

 

불전의 결집이 거듭되어 온 것은 시연(時緣)에 따라서 중생과 사회를 비춰주는 새로운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음을 의미한다.

 

불전의 아함부, 본연부, 반야부, 법화부, 화엄부, 열반부, 밀교부, 계율부 등을 살펴보면 전연 새로운 부처님, 새로운 불교세계를 접하게 된다.

이는 오로지 불전결집의 불사를 통하여 이룩한 결과이다.

 

하지만 다양하고 많은 양의 불전에서 교설하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불전의 교의를 연구하고 연의(演義)하며 해설(解說)하는 일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교의연해는 구사학, 중관학, 유식학, 여래장학, 천태학, 화엄학, 선학 등의 불교학을 성립시켰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불교학은 무엇을 위해서 이루어진 일이었을까?

 

이는 중생교화와 승가교육을 위한 것이었다. 중생을 모두 제도하겠다는 서원에서 볼 수 있듯이 불교가 존재하는 의미는 중생교화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화의 인연에 의하여 불교에 신심을 일으켜 불자가 탄생하면 이들이 모여서 승가(僧伽)를 이룬다.

 

승가에는 교화의 행위가 더욱 구체화되어 교육의 대상이 된다.

 

승가는 승단(僧團)적 의미와 교단(敎團)적 의미의 차별성이 없지 않으나 궁극적으로는 불교의 이념을 구현하는 원융체 승가로 귀결하게 된다.

 

대승불교의 교의체계에 의하면

a.재가수복행(在家修福行, 人天乘)승가

b.출가구도행(出家求道行, 聲聞, 緣覺乘)승가

c.복혜쌍수행(福慧雙修行,普薩乘)승가

d.원융원만행(圓融圓滿行, 一乘)승가를 들수 있다.

 

그러나 총체적 관점에서 볼 때 불교를 신행하는 불자는 모두 승가의 구성원이다. 다만 불교의 교육을 시행함에 있어서는 승단교육과 교단교육의 적절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승가를 자세히 살펴보면 승가는 교화에 의해서 형성되고 교육에 의해서 육성된다.

 

그러므로 불교학은 교화와 교육을 위해서 성립하였고 존재하였다. 교화와 교육에 적합하지 않은 불교학은 존재의미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스스로 그 생명력이 약화되었다. 그러므로 불교학은 교화와 교육에 적합성을 유지할 때 그 존재의 정당성을 확립하게 되는 것이다.

 

2. 근. 현대 불교학의 경향


그런데 1900년대 초부터 오늘에 이르는 근. 현대의 20세기 불교학은 기존의 전통불교학과는 전연 다른 경향을 보였다. 총체적으로 보면 인문학적 불교학이 주류를 이룬 것이다.

 

그런 뜻에서 근.현대의 불교학을 '인문학적 불교학' 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적 불교학이란 불교를 문헌학, 역사학, 비교철학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근. 현대 불교학의 문헌학은 불교의 문헌을 수집, 분류, 교감, 주석, 논증하는 것으로써 고증학(考證學)적 방법에 의하여 고찰하는 주석학 및 문사학(文史學)을 말하며, 역사학은 불교의 교리발달과 교단발전을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고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 교학의 철학적 접근으로는 불교의 교의(敎義)를 비교철학과 비교종교학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근. 현대의 불교학은 연구의 주제를 불교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논구의 과정은 일반적인 인문학적 관점과 자연과학적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근. 현대 불교학은 전통불교학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것으로써 일반화 내지는 세속화된 불교학이다.

 

이렇게 세속화된 불교학은 불교의 이념체계에서 볼 때 심각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문헌학을 통하여 전통불교학에서 보인 문경(聞經), 신해(信解), 수지(受持), 독송(讀誦), 해설(解說), 서사(書寫) 등의 학습경험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역사학에서는 역대의 교단과 고승의 존엄한 공덕을 모두 사회적 영향과 시대적 산물로 보는 입장에서 선대 선지식들의 법은(法恩)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교를 비교철학 및 비종교학적으로 해석한 논저를 통해서 발심수행의 감화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역대 불교사에서 일찌기 볼 수 없었던 문화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인문학적 불교학을 훼불(毁佛)의 불교학이라 하기도 하며, 인문학적 불교학이 왕성하면 불교는 쇠퇴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3. 승가학풍과 그 진작 방향


그러므로 오늘날에 있어서 인문학적 불교학의 문제점을 수정하고 전통불교학의 정체성을 계승하여 불교를 전하고 승가를 육성하는데 적합한 불교학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교학을 '승가학' 이라 명명할 수 있다.

 

승가학은 인문학적 불교학의 세속성을 지양하고 전통불교학의 이념을 계승하여 이 시대의 승가 교육에 적절한 새로운 개념의 불교학이라 할 수 있다.

 

승가학은 어떻게 수립할 수 있을까? 승가학을 세우는 일은 두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하나는 인문학적 불교학의 체제와 관습을 배격하기 어렵고, 다른 하나는 전통불교학을 계승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통불교학 속에도 인도의 여러 부파불교학, 동아시아의 많은 종파에서 각각 자종(自宗)의 종지(宗旨)에 경도되었던 종파불교학, 불전을 한문학에 편승하여 훈고(訓誥)학적으로 해석한 불교 훈고학 등은 오늘의 문화에서는 많은 거리감을 느낀다.

 

또한 근. 현대 불교학의 결과물을 일방적으로 가벼이 평가하는 것도 공평성을 잃을 수 있다.

동아시아 근. 현대 불교학을 개관해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요소도 없지 않다. 불전의 폭 넓은 연구, 금속활자판 대장경 간행, 돈황(敦煌)문헌에 의한 선종사의 새로은 인식 등은 인문학적 불교학의 공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승가학풍의 진작은 근. 현대 불교학의 결과를 무차별적으 로 배격하는 자세가 되어선 안 되고, 전통불교학으로 안이하게 회귀하는 퇴행적인 일이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승가학은 근.현대 불교학의 업적을 효율적으로 응용하고 전통불교학의 학풍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이 시대의 승가교육에 적합한 학문문화를 조성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학문체계의 구성이 아니라 통합성과 정체성에 의한 특성화된 '승가문화' 의 건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일러서 '승가학풍' 의 수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승가학풍의 수립에는 어떤 방향을 상정할 수 있을까?

 

대체적으로, 교의학(敎義學), 선지학(禪旨學), 수증학(修證學), 교화학(敎化學)등을 생각할 수 있다.

 

a. 교의학 : 불교는 원리도(原理道)와 실천도(實踐道)로 구성되었다. 이런 교리를 전하는 방법으로는 삼법인, 사성제, 십이연기, 육바라밀등의 교설(敎說)과 교단의 여러 학파에서 판석(判釋)한 학설 (學說)이 있다. 이러한 교학체계는 풍부하고 다양한 면이 있어서 교리학습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불교는 어렵다." 고 말하기도 한다.

 

진실로 불교는 복잡하고 어렵기만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은 교상(敎相)의 형식이다. 교학의 원리는 일관되고 간명하다. 그것은 바로 '연기법' 인 것이다.

 

규봉종밀(圭峯宗密 : 780~841)도 '금강경'의 찬요(纂要)에서 "불교를 통합적으로 논하면 인연으로 근본을삼는다.(統論佛敎因緣爲宗)"라고 하였다.

 

이처럼 불교를 학습하고 연구함에 있어서 교상에 함몰하지 않고 불교의 원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교의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b. 선지학 : 선학(禪學)분야도 교학과 마찬가지로 많은 연구가 축적되었다. 특히 근. 현대 불교학에서 선종사서(禪宗史書)에 관한 연구는 기존의 선종사관(禪宗史觀)에 변혁을 가져왔다.

 

현재 열람할 수 있는 선학관련의 전적을 보면, 선경류(禪經類), 논서류(論書類), 사서류(史書類), 어록류(語錄類), 게송류(偈頌類)의 선전(禪典)이 방대한 양을 이룬다.

 

이를 승가교육의 이념에 적합하도록 학습하게 하려면 그에 상응한 지침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선학을 문헌학적 방법을 통하여 종파사와 인물사를 위주로 탐구하는 것보다는 선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학습하는 것이 승가교육에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선지학이라 할 수 있다.

 

선지학은 인도불교와 천태교학의 지관선지(止觀禪旨) 하택종(荷澤 宗)의 무념선지(無念禪旨), 홍주종(洪州宗)의 평상심선지(平常心禪旨), 향상종풍(向上宗風)의 격외선지(格外禪旨)등을 들 수 있다.

 

아래의 게송들은 모두 격외선지를 선양한 내용이다.

 

古佛未生前       옛 부처 나기 전에

擬然一相圓       뚜렷이 한 모양이 원만했다.

釋迦猶未會       석가도 몰랐는데

迦葉豈能傳       가섭이 어찌 전했으랴.

 <염송설화 권2>

 

 

有物先天地       한 물건이 있으니, 천지보다 먼저였고

無形本寂寥       형상이 없어 본래 고요하다.

能爲萬象主       만물의 주인이 되고

不逐四時彫       계절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고존숙어록 권22>


未離兜率        세존께서 도솔천을 떠나지 않고

己降王宮        이미 왕궁에 오셨고

未出母胎        모태에서 출생하기 전에

度人己畢        중생제도 다 하셨다.

 <선문염송집 권1>

 

 

c. 수증학 : 수증학은 수행과 체험의 과정을 실천적으로 논의하고 구현하는 노력이라 하겠다.

수증학은 구도학(求道學)이며 실천행으로서 수행의 이념과 실제를 뜻한다. 수행의 의미는 칠불통계송(七佛通戒頌)에서

 

諸惡莫作        모든 악을 짓지 말고(戒學)

諸善奉行        모든 선을 받들어 실행하며(慧學)

自淨其意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라.(定學)

是諸佛敎        이것이 제불의 가르침이다.

<증일아함경 권1>

 

라고 밝힌 내용과 같이, 지악행(止惡行), 수선행(修善行), 자정행(自淨行)을 의미한다.

 

수행의 차제와 방법을 교설한 주요 불전의 내용으로는 '대승기신론'의 삼종발심(三種發心 ; 信解行證) 과 사신오행(四信五行), '법화경'의 탑상(塔像)신앙과 경권(經卷)신앙, '화엄경'의 십지행과 보현행원, '금강경'의 항복기심, '원각경'의 십이보살장문답, 여러 선전(禪典)의 수선행(修禪行)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한국 고승의 저술 중에서 수행의 보감(寶鑑)이 될 수 있는 전적으로는 원효의 '대승육 정참회' 요오순지(了悟順之)의 '삼번성불론'과 '삼증실제론' ('조당집'권20), 목우자의 '수심결', 서산의 '선가귀감' 등이 있다.

 

그러나 수행은 논의가 아니라 실제로 구현하는 일이다.

 

"세 살 난 아이도 말할 수 있지만, 팔십의 노인이 실행하지 못한다.(三歲孩兒雖得 八十老人行不得,'경덕전등록'권4) "는 경책은 수행의 분상에서 깊이 음미되어야 할 것이다.

 

d. 교화학 : 중생교화의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교화학이라 할 수 있다. 교화학은 포교학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교화는 중생을 지혜와 자비의 주체로 변화시킨다는 개념이며, 포교는 전법(傳法), 전법륜(轉法輪)의 개념이다.

 

 '장아함경' 권1에서 "청정한 가르침을 설명하여 펼친다.(演布淸淨敎)" 라고 한 것과 같다.

 

이것을 행위로 보면 부처님의 교법을 전하여 중생제도하는 것(傳法度生)을 의미한다. 전법은 포교이고, 도생은 교화이다. 그러나 이것은 표현상의 문제이고 내용에 있어서는 하나의 불사를 이르는 말이다.

 

수행성불과 전법도생은 불교의 존재적 정체성이다. 분리될 수 없고 선택적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포교는 수행과 동일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행과 포교는 상생관계를 형성한다. 수행이 깊으면 포교도 깊어지고, 포교가 성숙하면 수행이 향상되지 않을 수 없다.

 

내증행(內證行)과 수덕행(修德行)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교행을 실천하는데는 교법을 알고(達法) 중생을 알아(知機)야 가능하다. 교법을 모르면 설법을 할 수 없고 중생을 모르면 중생을 교화할 수 없다.

 

그러므로 포교학은 그 범위가 넓어짐은 불가피한 일이다. 세속의 모든 학문이 포교학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교의 세속화를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 세속문화의 보편성을 응용하여 포교이념을 구현하는 것이다.

 

"바른사람이 삿된 법을 말하면 삿된 법이 다 바른 법이 되고, 삿된 사람이 바른 법을 말하면 바른 법이 다 삿된법이 된다. (正人說邪法 邪法悉歸正 邪人說正法 正法悉歸邪. '금강경'의 治父頌)"는 말과 같이 포교학의 방법성과 정체성에 항상 명확한 인식이 요구된다.

 

포교의 실행에는 직접포교와 간접포교의 방법이 있다. 직접포교로는 설법, 강좌, 토론, 좌담 등을 들수 있고, 간접포교로는 도량건립, 가람배치, 존상봉안을 위시해서 각종의 미술, 음악, 무용 등이 필요하며 이런 개별적 요소들이 예경과 감동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법회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포교학의 기본 교전으로는

ㄱ. '잡아함경'(권13)

ㄴ. '법화경'(권7)

ㄷ. '화엄경'(수미정상게찬품제14, 명법품 제18, 도솔궁중게찬품 제24)

ㄹ. '불설전유경'

ㅁ. '빈두루돌라도위우타연왕설법경'

ㅂ. '나선비구경'

등을 지목할 수 있다.


4. 승가학풍 수립의 과제


이상으로 승가학풍 수립의 방향성을 추론해 보았다. 이러한 방향성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승가학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를 넓혀 가는 일이다. 그런 인식의 토대 위에서 학문적, 재정적, 행정적인 역량을 집중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점진적으로 승가학의 기반이 조성되고 기본의 틀이 세워질 것이다.

 

승가학의 기반이 조성될 때 자연히 특성화된 연구, 교육, 학습의 방법이 개발될 것이며 그에 따른 평가의 기준도 마련될 것이다. 승가학적 가치관에 의하여 승가학의 정착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승가학풍 수립의 가시적인 성과는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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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야님의 댓글

아란야 작성일

교학의 좋은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입니다.